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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맙다 상구!생각보따리/독서 2024. 11. 30. 17:42반응형
목차
1. 프롤로그
'상구'는 제 지인의 별명입니다.
'상구'는 제 인생궤도에서 만나보지 못한 미지의 인물로서, 나름 넉살 좋고 말주변 있다고 생각한 제게 처음으로 '의사소통의 실패'를 안겨준 인물입니다.
저는 그때 받은 충격 및 '상구'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며칠을 램수면 1단계에 머물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 인생 처음으로 제 발로 스스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대출도 해봤습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상구'와 의사소통에 성공했지만, '상구'는 처음 만난 그때보다 '퀀텀점프'하여 '天 外 天의 경지'를 맛보게 해주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상구'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지만 '상구'에게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상구'가 없었다면 저는 아직도 '책'이란 마우스 받침대 또는 라면 받침대로 사용하는 도구라고 알며 살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 스토리
2006년 대학교 1학년 1학기, 여느 20대 초반 남자애들처럼 저 또한 소일거리로 '축구', '게임', '당구', '음주가무' 등을 하며, 책 밖의 세상에서 나름의 인생을 배워갔습니다.
저 같은 경우 학교를 제대로 나간 것이 4월이었기 때문에 학교 동기들의 존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특정 귀인들('상구' 외 정규분포의 양극단에 위치한 분들)과 주로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 귀인들과 PC방에서 '카오스'('롤'의 조상 격인 게임, 거의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게임입니다ㅎㄷㄷ)를 탐구하며 인생을 논하고 있는데 옆 자리에서 찰진 욕을 내뱉는 앳된 얼굴의 '슬램덩크' '안 선생님' 닮은 고등학생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고3 시절부터 미친듯이 군 입대 전까지 미친듯이 했었던 '카오스'(좌측 사진) 이 게임은 '롤'(우측 사진)의 탄생에 영감을 준 게임으로 누군가의 가슴 속에는 전설로 남아있는 게임입니다! 저는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 기록된 '요즘 젊은 놈들은 ~' 처럼 속으로 '요즘 애들 입이 참 걸걸하네...'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게임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렇게 귀인들과 손가락 및 손목에 터널증후군 2단계가 걸리기 직전까지 게임에 몰입한 후(이 정도로 공부를 했으면 진짜...... ㅋㅋㅋ) 2차로 한 잔을 걸치러 가는데 갑자기 그 앳된 '안 선생님'도 같이 PC방을 나서는데 2차 장소까지 계속 따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기분이 든 저는 귀인 중 한명인 '교주'에게 "저기 따라오는 학생 보이냐? 살짝 이상한데??"라고 의아한 목소리로 소근거렸는데 '교주'는 한숨을 쉬며 "저 자도 우리 동기생이다."라고 말하였고, 그 순간 저는 살짝 뻥졌습니다......ㅋㅋㅋ
그렇게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2차 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저는 술기운을 빌려 안 선생님과 대화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안 선생님이 통성명도 없이 일본전국시대 이야기를 속사포로 내뱉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삼국지도 책이 아닌 게임으로 먼저 익힌 수준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일본 전국시대 다이묘들 및 여러 장수들의 이야기를 30분 동안 계속 듣다보니 순간 현기증이 났습니다ㅎㄷㄷ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만 닥치라고 임마!"라는 외침과 함께 뇌력의 한계에서 오는 분노를 토해냈습니다.
안 선생님은 저의 외침으로 잠시 버퍼링을 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만화책 '바람의 검심' 및 에도 막부 시대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 및 '메이지 유신' 등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데, 순간 '이 친구를 멀리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이 녀석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알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학교 도서관에 처음 방문하여 일본 전국시대와 관련된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및 '대망'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스스로 도서관에 얼마나 머무를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었지만, 어느 순간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소설 시리즈 및 게임 '신장의 야망' 시리즈인 '혁신' 및 '태합입지전'을 하면서 소설의 내용을 제 머리에 각인 시켰고, 2학기에는 안 선생님과 말을 썩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키웠습니다ㅎㅎㅎ
삼국지를 재밌게 보셨던 분들한테 강력 추천합니다! 2학기가 시작되고 저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PC방에서 '카오스'로 인생을 배운 후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저는 의도적으로 안 선생님 옆으로 자리를 잡은 후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天 外 天의 경지'가 무엇인지 저한테 보여줬는데, 여름방학 동안 녀석은 '믿음사 세계문학전집' 및 인문학 도서를 섭렵한 상태에서 일본 전국시대 이야기를 단 몇 분만에 건너뛴 후 '샤르트르'의 '구토',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 등에 대해 입을 털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술자리가 파할 때 즘 처음으로 안 선생님에게 통성명을 요청하며, 그의 독서량 및 지식에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렇게 안 선생님이 '상구'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 자와 견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계속 독서를 꾸준히 하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3. 에필로그
최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저는 이 문구를 '알'이라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야 '신'이라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자신'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하면서, 20대 초반 저에게 지식 및 독서에 대해 각성하게 해준 '상구'가 저의 '데미안'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지금은 사회과학분야 책들을 섭취하고 있는 '상구'를 보면서 놀라움과 함께 저 자가 읽는 책 중 하나는 조만간 읽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독서에 대한 특별한 기억 및 추억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우리 모두 복 받았다고 생각합니다ㅎㅎㅎ
앞으로 독서 카테고리에도 꾸준히 글을 올리며, 여러분과 소통하고자 하며, 말 나온 김에 다음편으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대해 포스팅하겠습니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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