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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밀 탄생 히스토리생각보따리/유용한 정보 2023. 6. 22. 21:54반응형
목차
오늘은 저번에 제가 다룬 '(우유 설사) 우유를 마시면 왜 항상 속이 불편할까요?'에서 언급한 유당분해효소결집에 걸린 신생아 및 유소년기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베지밀과 베지밀을 만든 고(故) 정재원 정식품 창업주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베지밀이 생각보다 스토리가 있는 제품이더라고요! 이제 그 스토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원인을 모르는 소화불량
고(故) 정재원 정식품 회장은 1917년 황해도 은율군에서 태어났는데, 두 살 때 부친을 여의면서 어려운 유년기를 거쳤습니다.
그러던 와중 15세가 되던 때 집안 친척의 소개로 평양에 있는 기성의학강습소 사환으로서 책을 등사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재원 회장은 매일 의학 관련 서적을 등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의학에 익숙해졌고, 4년 뒤 만 19살이 되던 1936년, 의사 검정고시에 응시하여 최연소 합격을 하게 됩니다.
시험을 합격한 후 정재원 회장은 서울 명동 성모병원에서 견습 의사 과정을 밟게 되는 와중에 뼈가 앙상하고 배만 볼록한 갓난아기 환자를 만나게 되는데, 갓난아기 환자의 차트에는 단순 '소화불량'이라고 밖에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있는 의사들 중 어느 누구도 손을 쓰지 못했고, 결국 갓난아기 환자는 숨지게 됩니다.
당시 신생아들이 복부팽만 및 장기간 설사에 따른 사망사고가 많았지만, 국내 어느 소아과 의사들도 이에 대한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2. 원인을 발견하기 위한 유학길
1960년 정재원 회장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유학을 떠나게 되는데요.
유학길에 오른 지 4년 뒤인 1964년, 정재원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에서 '유당불내증(또는 유당분해효소결핍증, lactose intolerance)’에 관한 논문을 접하게 되었고, 그 논문에서 유당 분해효소인 락타아제 결핍에 의해 신생아들이 모유나 우유에 포함된 유당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해 발생한 체내 유독물질이 신생아의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논문 속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유당이 소장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못해 대장으로 가게 되면 물 이외에 다른 영양소를 흡수하지 못하는 대장에서 이를 소화시키기 위한 세균이 남은 유당을 분해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등이 혼합된 가스와 함께 삼투압 현상(물이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가면서 생기는 압력) 등이 동반되어 배가 부풀게 되고, 이와 함께 소화불량 및 설사가 동반되어 체력과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에게 치명적으로 작용된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알게 된 정재원 회장 유당이 포함되지 않은 대체재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연구 중 어릴 적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콩국에 착안하여 두유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면서도 유당 성분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1965년 귀국하여 간호사 출신 아내인 고 김금엽님과 함께 연구한 끝에 1967년 지금의 '베지밀'을 만들게 됩니다.
원래 두유는 고려시대에는 두즙(豆汁), 조선시대에는 두유(豆乳)로 불려 왔지만, 국내에서 유당불내증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베지밀'이 처음이었습니다.
3. 대량 생산을 위한 기업인으로의 변신
당시 베지밀이 유당불내증에 노출된 신생아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베지밀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게 되는데요.
가내수공업으로 생산되는 베지밀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정재원 회장은 2년 간의 동물실험, 일본 기술자 영입, 대량생산시설 구축 등을 통해 1973년 지금의 정식품을 창립하게 되면서 56세의 늦은 나이에 의사에서 기업가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국내에서 베지밀이 두유 식품으로서 대중화되게 됩니다.
4. 기타
참고로 정재원 회장은 베지밀 개발로 제1회 발명의 날 대법원장상을 수상했고, 평생 콩 연구에 매진한 공로로 1999년 국제대두학회에서 공로상을 수상하게 됩니다.(국제대두학회가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ㅎㄷㄷ)
정재원 회장은 2017년 향년 100세의 나이고 작고하셨는데, 평소 장수의 비결로 채식 위주의 식단과 베지밀 덕이라고 말하셨다고 하네요. (오늘부터 1일 1 베지밀 가야 하나요? ㅋㅋㅋ)
오늘은 유당불내증(또는 유당분해효소결핍증)에 노출된 많은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 베지밀과 이 베지밀을 발명한 고 정재원 정식품 회장의 이야기를 다루어 봤는데요. 베지밀과 관련하여 이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줄 처음 알았고,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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