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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경제학으로 본 독일의 에너지 전환 실패,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생각보따리/경제학으로 본 세상 2024. 12. 27. 00:20반응형
목차
오늘은 '(22) 경제학으로 본 에너지 공기업 부채, 요금 현실화만으로 해결될까요?'에 이어서 독일의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의 실패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독일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살펴보면서 우리가 어떤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지 고민해보기 위함입니다.
2022년 9월 5일 라이프치히에서 좌파당(Die Linke)이 주도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 모습으로 당시 사회민주당(SPD), 자유민주당(FDP), 그리고 녹색당이 포함된 신호등 연정(Traffic Light Coalition) 정부를 향해 좌파당(Die Linke)이 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을 촉구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SDS.Die Linke 1. 독일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 기조 흐름
독일이 지금과 같이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이 진행된 기조는 다음과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Energiewende 등장
독일에서 '에너지 전환(Energiewende)'이란 개념이 1980년 처음 등장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재생 가능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Öko-Institut에서 발간한 'Energiewende – Wachstum und Wohlstand ohne Erdöl und Uran (에너지 전환 – 석유와 우라늄 없이 성장과 번영)'에서 화석 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2) 체르노빌 원전 사고 발생
그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독일 내 원자력 반대 여론 및 정치적으로 녹색당(Die Grünen)이 등장하면서 사회·정치적인 논의로 확장되었습니다.
3) 재생 가능 에너지법(EEG) 제정
2000년, 재생 가능 에너지법(Erneuerbare-Energien-Gesetz, EEG)이 제정되며, Energiewende가 본격적으로 정책화되었습니다.
→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 고정된 가격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를 구매함으로써 재생 가능 에너지 공급자의 경제성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운영하여 재생 가능 에너지 생태계 조성 지원
4)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독일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를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2021년에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및 2030년까지 전력의 80%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 독일 연방환경청에 따르면 2024년 독일의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은 전체 전력 소비의 약 54%인 275 TWh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출처: 독일 연방환경청(Umweltbundesamt) 및 독일 에너지청(DENA) 보고서 참고 2. 독일 에너지 공급 구조
현재 독일의 에너지 공급 구조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주요 민간 에너지 기업들(RWE, E.ON, EnBW, Uniper 등)과 약 900여 개의 지방 자치단체 소유의 슈타트베르케(stadtwerke, 지방 에너지 공급업체)가 서로 경쟁하며 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구조입니다.
→ RWE와 E.ON 같은 대형 민간 기업들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에너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아래의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에너지 공급 구조 비교>
구분 한국 독일 에너지 시장 구조 중앙 집중형 분산형 주요 기업 유형 공기업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민간 기업 (RWE, E.ON 등) 및 지방 공공 기업 (Stadtwerke) 전력 생산 공기업 주도 민간 기업 주도 가스 공급 공기업 주도 민간 및 지방 공기업(Stadtwerke) 혼합 운영 비용 부담 방식 공기업 적자 감수, 정부 보조금 기업 및 소비자 직접 부담 그리고 독일 지방 공기업 협회인 VKU(Verband kommunaler Unternehmen)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민간 및 지방 공기업의 전력 및 도시가스 비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년 VKU와 민간기업의 전력 및 도시가스 공급비중 비교 >
항목 VKU 회원사
공급량VKU 비중 (%) 민간 기업 공급량 민간 비중 (%) 독일 전체 공급량 전력 약 275 TWh 약 66.6% 약 138 TWh 약 33.4% 약 413 TWh 도시가스 약 540 TWh 약 55.1% 약 439.7 TWh 약 44.9% 약 979.7 TWh 즉, 지방 공기업인 Stadtwerke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민간 기업 또한 일정 수준의 공급 역할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독일 에너지 가격 추이
1) 전기 요금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독일의 가정용 전기 요금과 산업용 전기 요금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Statista 참고 여기서 특이한 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후 상승한 전기 요금의 상당 부분이 가계에 전과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 부분은 독일의 에너지 수급과 관련하여 독일 슈뢰더 총리 임기 말인 2005년 독일 - 우크라이나 - 러시아 사이 설치한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으로 인해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약 50%까지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급의 어려움을 유발하여 독일 에너지 비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 또한, 독일의 재생 가능 에너지 전력 생산량은 기상 조건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이는데, 특히 겨울철에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감소가 전력 비용 상승을 더욱 가중시켰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독일의 요금 차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전기 요금 비교 >
연도 한국 산업용
전기 요금 (원/kWh)독일 산업용
전기 요금 (원/kWh)한국 주택용
전기 요금 (원/kWh)독일 가정용
전기 요금 (원/kWh)2021 105.50 274.60 104.80 489.80 2022 135.00 274.14 125.00 499.54 2023 150.00 274.14 140.00 601.74 2024 165.80 274.14 155.00 601.74 출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시스템(알리오) 및 Statista 참고
※ 1유로센트당 15.23원으로 계산하였습니다.
위 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2024년 기준, 산업용 전기 요금의 경우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약 1.65배 높으며, 가정용 전기 요금의 경우 독일이 약 3.9배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도시가스 요금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독일의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과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Statista 참고 앞서 언급했듯이 독일 도시가스 요금은 전기 요금과 마찬가지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이는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천연가스 대체 공급망을 신속히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독일의 요금 차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도시가스 요금 비교 >
연도 한국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 (원/kWh)독일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 (원/kWh)한국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 (원/kWh)독일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 (원/kWh)2021 36 53.305 39.6 97.6243 2022 41.4 60.92 45 106.61 2023 46.8 106.61 50.4 182.76 2024 52.2 106.61 55.8 182.76 출처: 공공데이터 포털 및 Statista 참고
※ 1유로센트당 15.23원으로 계산하였습니다.
위 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2024년 기준, 산업용 전기 요금의 경우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약 2배 높으며, 가정용 전기 요금의 경우 독일이 약 3.3배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시사점
1)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의 필요성
앞서 살펴본 독일의 사례는 에너지 정책이 단순히 비용 전가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를 어떻게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대량 수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가 전략의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22) 경제학으로 본 에너지 공기업 부채, 요금 현실화만으로 해결될까요?'에서 언급했듯이 AI, 빅데이터, IoT, 로봇, 스마트 제조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의 성장은 막대한 전력 수급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 센터의 연간 총 전력 소비량은 약 460TWh로, 이는 중소규모 국가의 한 해 전력 소비량과 비슷합니다.
※ 개별 데이터 센터는 연간 약 25GWh를 소비하는데, 이는 4인 가구 약 6,000세대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해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및 구글(Google) 등 글로벌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SMR(소형 모듈 원자로) 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뉴스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수단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산업 생태계 조성과도 연결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국가의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 및 산업 경쟁력 확보 그리고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 시스템 구축 등을 고려하여 국가 대전략 및 정책을 지금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반면교사 삼아야 할 독일
독일의 극단적인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와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 비용 상승과 공급 불안정을 초래했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민간에게 전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계 입장에서는 에너지 비용 증가는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켜 소비를 위축시켰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비 증가를 유발하여 생산기지 해외 이전 및 국내 투자를 감소시켰습니다. (국내 소비 및 투자 감소 유발)
또한 한번 정해진 정책 및 산업 구조는 비가역적인 성격 때문에 다시 정상화하는데 복잡한 정치 협상 및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당분간 독일은 에너지 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여 에너지 정책 및 에너지원 구성에 있어 이념보다 실리를 우선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우리나라에 필요한 대응 방안
이미 언론과 다양한 정책 보고서를 통해 언급된 내용들이지만, 다시 한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1) 다양한 에너지 믹스 정책 수립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제주도에는 풍력 발전, 전라도에는 태양광 발전을 활성화함과 동시에 수도권 내 SMR(소형 모듈 원자로) 활용과 같은 파격적인 공급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라도 전략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2) 고효율 에너지 저장 시스템 개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 기술 개발 및 인프라를 확대하고, 리튬이온 배터리 외 바나듐 플로우 배터리* 및 압축 공기 에너지 저장**과 같은 차세대 ESS 기술을 적극 도입 및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 바나듐 플로우 배터리: 큰 물탱크에 담긴 전해액이 전기를 저장하고 출력하는 역할을 하는 전기 저수지와 같은 개념의 배터리
** 압축 공기 에너지 저장: 전기를 사용해 공기를 고압으로 압축해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기를 풀어 터빈을 돌리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저장 방식
(3) 에너지 외교 다변화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국가와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자원 부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동아시아 및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국제 협상력을 키우면서 공동 구매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4) 민간 부문 에너지 개선
냉난방 관련 단열재 사용 확대, 에너지 절약 캠페인 적극적 홍보, 스마트 미터(Smart Meter) 도입 등 IT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소득층 주거 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에너지 절약을 실현하고,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기술*을 민간 차원에서도 적극 활용할 경우 '사회 복지 향상'과 '에너지 효율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전력 생산, 저장, 소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지능형 전력망
하이케 부흐터'석유 전쟁'을 통해 알 수 있는 점 중 하나는 에너지 패권 경쟁 속에서 국민이 경각심을 가지고 감시하지 않으면, 독일처럼 정치인의 사익에 의한 선택으로 후대들이 고통받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이케 부흐터의 '석유전쟁'이란 책을 추천하며,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같이 고민해보면 어떨까요?(이와 관련하여 책 내용 외 다양한 의견이 있으신 경우 언제든지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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