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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경제학으로 본 임상옥과 조선 인삼, 담합을 깨뜨린 희소성 전략생각보따리/경제학으로 본 세상 2024. 12. 21. 23:25반응형
목차
오늘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옛날 드라마인 '상도'를 보게 되었습니다.
조선 후기 인삼교역으로 거부가 된 '임상옥'이란 인물을 다룬 드라마인데, 주인공인 임상옥을 연기한 이재룡 배우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니 세월이 훌쩍 흘러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2001년도 작품이니 20년이 넘었네요ㅎ)
그래서 필이 꽂혀서 오랜만에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도 간만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ㅎㅎ
그리고 북경 약재상들의 담합을 깨트리는 내용은 다시 봐도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고, 이 내용에 대해 다루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임상옥'이란 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 및 그가 어떻게 청나라 약재상들의 담합을 깨트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의주 만상의 대방 임상옥
먼저, 임상옥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딱 1번 거론되었으며, 나머지는 다 구전이나 후대의 창작물에 의해 가공된 내용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신분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청나라와 조선에서 거상으로서 커다란 이문과 명성을 쌓은 점은 그가 절대 범인이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임상옥(林尙沃, 1779년~1855년)은 평안북도 의주 출신으로 그의 가문은 '중인' 계층이었습니다.
그리고 매번 역관시험에 낙방하는 아버지 임봉핵 및 의주지역 대상단인 만상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역관시험에 합격하는 것보다 상업적 성공을 이루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어릴 적부터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만상에 들어가 의주 지역에서 열리는 책문(중국 국경) 및 중강(중강진) 후시(정부의 묵인에 의한 비공식 무역) 및 중강 개시(공식 무역)을 통해 중국어 및 무역실무를 익혔고, 능력을 인정받아 만상에서 대방(상단 내 리더)의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옆에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만상은 청나라와 무역에서 은, 종이, 무역, 인삼을 수출하는 반면에 청나라에서 비단, 약재, 문방구를 수입하여 이문을 남겼는데, 특히 인삼에서 큰 이문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임상옥은 당시 권세가인 박종경과 연을 맺어(지금으로 치면 정경유착이지만...) 인삼교역 독점권을 얻게 되면서 막대한 이문을 남기게 됩니다.
하지만 임상옥은 막대한 이문을 사리사욕에만 쓰지 않고 빈민구제 및 재난 지원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했으며, ' 이윤보다는 사람을 남기는 장사'를 실천했습니다.
그 후 1811년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을 때 의병 모집 및 군수 물자 조달을 지원하는 등의 모습 등을 보이며 관직에 천거를 받았지만, 상인은 상인의 본분을 다한다는 신념을 관철하여 이를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말년에는 남은 재산을 주변 및 사회에 환원한 후 '가포집' 등을 남기며, 조용히 여생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렇게 임상욱의 삶을 간단히 살펴보면서 그의 삶에 대한 저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면,
1) 정경유착의 타당성
→ 조선 후기 상황을 고려할 때 조정 세도가의 비호없이 제대로 된 상단활동(개시 및 후시)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임상옥의 행보가 어느 정도 타당했다고 생각합니다.
2) 부의 사회환원
→ '사람을 남기는 장사를 한다.'는 임상옥의 철학은 자신의 부와 명성을 내세우지 않고 주변에 나눠줌으로써 시기와 질투에서 벗어나 더 큰 명성을 얻어 자신의 신용과 가치를 크게 키우는 지혜로운 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3) 자기 객관화 및 자기 절제
→ 분수에 넘치는 권력과 이속을 계속 챙겼다면, 말년이 평화롭지 못했을 것이며 후대의 평이 지금과 같이 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 과연 우리가 임상옥처럼 막대한 이문 및 권력의 연줄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과연 자신의 신념을 일관성있게 지키며 욕망을 절제할 수 있었을까요?(주변의 사례를 통해 봤을 때 매우 어려웠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위와 같이 임상옥이라는 인물에 대한 저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면서, 이런 임상옥이라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제가 감명받았던 연경의 약재상들의 담합을 깨트리는 일화를 경제학 이론을 통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2. 임상옥 VS 청나라 약재상 담합
당시 인삼교역과 관련하여 임상옥과 청나라 약재상 담합 양측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했습니다.
1) 조선인삼의 우수성과 희소성
(1) 조선 인삼은 중국 대륙에서 재배되는 인삼에 비해 그 품질과 효능이 우수했기 때문에 그 수요가 매우 높았습니다.
(2) 청나라와 영국 간 아편전쟁(1840년)이 일어나기 전인 상황에서 아편중독에 인삼이 좋다는 소문으로 인해 그 수요가 매우 높았습니다.
(3) 조선 조정 또한 인삼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에 개시 및 후시에서 거래되는 양을 제한하였습니다.
(4) 그렇기 때문에 청나라 약재상들은 조선 사신 및 상단이 공식적으로 연경에 방문했을 때 대량으로 조선 인삼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5) 그리고 조선과 청나라 간 공식적인 사신이 왕래하는 빈도 및 인삼의 재배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청나라 약재상들은조선 상단의 공식적인 방문 때 조선 인삼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했습니다.
2) 청나라 약재상들의 담합
(1) 당시 정상적인 조선 인삼의 거래가격은 1근(약 600g) 당 은 60 ~ 200 냥 이었습니다.
(2) 청나라 약재상들은 인삼판매 독점권을 가진 임상옥이 인삼판매에 따른 이윤 중 일부분을 조정에 상납하지 못할 경우 조정으로부터 처벌을 받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임상옥을 압박하고자 했습니다.
→ 정조 21년(1797년) 때 포삼제라는 세금을 인삼 무역에 부과했습니다.(연에 약 은 20만 냥)
(3) 청나라 약재상들은 담합이 성공할 경우 이를 선례로 남겨 지속적으로 조선 인삼의 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고정시키려고 했습니다.
3) 임상옥의 대응
(1) 임상옥은 이러한 청나라 약재상들의 담합을 조용히 관망만 하다가 사신단과 상단이 조선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 조선 인삼을 조금씩 불태우기 시작했습니다.
(2) 이러한 행위는 조선 인삼의 희소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청나라 약재상들의 담합을 깨뜨리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3) 청나라 약재상들은 담합 유지보다 조선 인삼을 확보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웃돈을 부르면서 담합이 깨지게 됩니다.((14) 경제학으로 본 "이권 카르텔이 도대체 뭔가요?"에서 담합이 깨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4) 결국 임상옥은 이전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조선 인삼을 팔면서 막대한 이문을 남기게 됩니다.
(5) 임상옥의 이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산할 수 있습니다.
<임상옥의 거래 조건 변화>
구분 금액 환산액 기타 담합 전 a: 조선 인삼 1근 당 은 60~200냥 약 3백만 원 ~ 천만 원 승정원일기 및 포삼제 기록 기준, 상등품 기준 담합 후 b: 정확한 사료 없음 정확한 사료 없음 청나라 상인들의 담합으로 의도적으로 낮춘 가격 소각 후 c: 정확한 사료 없음 정확한 사료 없음 소각으로 인해 희소성이 부각되며 상승한 가격 출처: 논문 '조선후기 고려홍삼 무역량의 변동과 의미', '조선후기 연행무역과 수출입 품목' (이철성 저) 등 참고
① c>b>a 이며, 당시 은 1냥은 대략 쌀 1.5가마(1가마 당 80kg)의 가치를 가지며, 현재가치로 대략 최대 100만 원의 가치를 지녔습니다.(추정)
② 황현의 '매천야록'에 따르면 임상옥의 재산은 "왕실과 견줄 만했다"고 전해집니다.
③ 조선 후기 '은'은 국내뿐 아니라 동아시아 내 주요 통용되는 화폐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임상옥의 부에 대한 구전이나 설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3. 임상옥의 대응 분석
그러면 이제 임상옥의 대응을 다음과 같이 분석해 보겠습니다.
1) 가격상한제 모형 변형
임상옥이 겪은 청나라 약재상들의 담합은 가격상한제 모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청나라 약재상들이 가격 담합 전 거래되는 조선 인삼의 가격과 수량은 P₀ 과 Q₀ 입니다.
→ 임상옥 상단이 취급하는 인삼의 수량은 Q₀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 이때, 청나라 상인의 효용의 크기는 a+b+c 이며, 임상옥 상단의 효용의 크기는 d+e+g 가 됩니다.
(2) 청나라 약재상들이 가격담함을 하여 조선 인삼 가격을 Pc로 고정시킬 경우 청나라 상인의 효용의 크기는 d+e+f 만큼 증가하게 되는 반면에 임상옥 상단의 효용의 크기는 g로 줄어들게 됩니다.
→ 담합으로 c만큼의 청나라 약재상들의 효용 및 e만큼의 임상옥의 효용이 사라지게 되면서 사중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3) 이때, 임상옥이 인삼을 불태우면서 의도적으로 수량을 Q₀에서 Q₁로 줄이게 되고, 이때 담합이 깨지면서 인삼가격은 P₀에서 P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즉, 청나라 약재상들은 최소 P₁의 가격을 주고 조선 인삼을 구매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4) 이에 따라 청나라 약재상들의 효용의 크기는 a로 줄어들게 되는 반면에, 임상옥 상단의 효용의 크기는 b+d+g가 되며 이전보다 증가하게 됩니다.
→ 이때, 사중손실의 크기는 c+e+f가 됩니다.(c: 담합에 의한 청나라 약재상들의 효용 감소분, e: 담합에 의한 임상옥의 효용 감소분, f: 인삼 소각에 따른 추가적인 효용 감소분)
→ 하지만 인삼 소각은 초기 사중손실 c+e에 했습니다. 를 추가하여 시장 효율성을 더욱 감소시켰으나, 청나라 약재상들의 담합을 깨뜨려 임상옥의 협상력 강화 및 효용을 증가시키는 전략적 도구로 작용
즉, 임상옥 상단이 조선 인삼 판매에 대한 독점권이 있었기 때문에 임상옥이 인삼 수량을 인위적으로 감소시켜, 청나라 약재상들의 담합을 깨트림과 동시에 기존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삼을 팔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 게임트리 분석
'게임트리'는 참가자들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순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임으로써 누가 먼저 어떤 선택을 했고, 다음 참가자가 그 선택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모든 가능한 과정과 결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이러한 '게임트리'의 구조를 임상옥과 청나라 약재상들의 담합 상황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게임트리'는 역진 귀납법(Backward Induction)을 사용하여 상황을 분석합니다.(청나라 약재상들의 선택을 먼저 분석한 후 임상옥의 선택을 분석하는 순서로 상황을 파악합니다.)
(2) 먼저,임상옥이 인삼을 소각할 경우 청나라 약재상들은 담합 유지(4, -6)와 담합 포기(10, -5)에 따라 '담합 포기'를 선택합니다.(-6 < -5)
→ 이는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고려할 때 인삼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청나라 약재상들에게 이득이기 때문에 담합을 포기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3) 그리고 임상옥이 청나라 약재상들이 제시한 가격을 수용할 경우, 담합 유지(3, 7)와 담합 포기(5, 5) 중 '담합 유지'를 선택합니다.(7 > 5)
→ 이는 담합을 유지해서 조선 인삼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4) 그 다음 단계로 청나라 약재상이 담합을 유지할 경우 임상옥은 인삼 소각(4, -6)과 가격 수용(3, 7) 중 인삼 소각을 선택합니다.(4 > 3)
→ 이는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고려할 때 인삼 소각에 따른 청나라 약재상들의 결속력 약화 및 협상력 강화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5) 청나라 약재상이 담합을 포기할 경우 임상옥은 인삼 소각(10, -5)과 가격 수용(5, 5) 중 인삼 소각을 선택합니다.(10 > 5)
→ 이는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고려할 때 임상옥이 인삼 소각을 통해 매우 강력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이에 따라 임상옥은 인삼 소각을 그리고 청나라 약재상들은 담합을 포기할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이 게임트리에서 균형값은 (10, -5)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위 게임트리를 통해 '조선 인삼의 희소성'과 '인삼 판매에 대한 독점적 지위'가 결합되어 임상옥의 강력한 협상력이 발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마무리
이렇게 임상옥이 청나라 약재상들의 담합을 깰 수 있었던 요인 중 가장 큰 점은 바로 '조선 인삼의 희소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청나라 약재상들이 조선 인삼의 대체재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앞서 분석한 것처럼 임상옥이 청나라 약재상들의 담합을 깨트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역사적 교훈을 통해 오늘날 복잡한 국제정세 및 관세 전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즉, 다른 나라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산업 분야를 발굴, 육성 그리고 강화하여 이에 대한 국제 경쟁력 및 협상력을 키워야 대외 의존성이 높은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성장 및 생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하루 빨리 국내 정치 리스크를 수습하고, 포퓰리즘 정책이 강한 부동산 및 기타 정책에 집중되는 예산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활용될 수 있도록 정계, 산업계, 학계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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