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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경제학으로 본 트럼프의 WHO 탈퇴와 미국 우선주의생각보따리/경제학으로 본 세상 2025. 1. 22. 15:36반응형
목차
2025년 1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 명령 중 하나로 미국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승인했습니다.
(출처 → BBC 'Trump orders US to leave World Health Organization')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7월 미국의 WHO 탈퇴를 공식 선언했었지만, 같은 해 있었던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패하면서 해당 선언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공식 임기 시작 후 9시간 만에 미국의 WHO 탈퇴를 승인한 것을 미루어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WHO 탈퇴에 대한 신호는 대내외적으로 명확히 전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미국의 WHO 탈퇴를 원할까요? WHO 탈퇴를 통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얻는 이점이 무엇일까요?
오늘은 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반중을 대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중을 대표하는 테드로스 WHO 총장. WH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장과 팽창이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사진 출처:eggonnews.com) 1. 트럼프 대통령의 WHO 탈퇴 배경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WHO 탈퇴를 추진하는 이유는 표면적 이유와 숨겨진 이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표면적 이유
1) WHO의 Covid-19 대응 불신
WHO는 2020년 1월 '코로나 19를 통한 사람 간 전파에 대한 증거가 제한적이다.'고 발표*하여 초기 코로나 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WHO는 중국 우한 보건 당국의 '명확한 증거 없음' 발표를 무비판적인 수용 및 이를 그대로 발표함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각국 정부의 팬데믹 대응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하며, "WHO는 중국의 꼭두각시(Puppet)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2) WHO의 친중 성향 비판
미국은 상당히 많은 논란*을 품고 있는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총장(2017년 7월 1일 ~ )이 코로나 19 대응 과정에서 중국 정부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 테드로스 WHO 총장은 '하나의 중국' 지지 발언(2017년 5월), 짐바브웨 독재자 무가베 WHO 친선대사 선임 시도(2017년 10월), WHO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 ICD-11에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공식 포함(2018년 9월) 등 논란이 많은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예를 들어, WHO는 2020년 1월과 2월에 걸쳐 중국 내 감염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발표를 했으며, 같은 해 2월 WHO 조사팀의 중국 방문 당시에도 독립적 조사가 아닌 중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랐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3) 미국의 예산 부담 문제
미국은 WHO 최대 기부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더 우호적이고 중국의 이익을 강하게 반영하는 WHO의 행보에 불만을 표출하게 됩니다.
* 2022년 기준 미국의 기부금 규모는 약 1.1억 달러인 반면에 중국은 약 0.6억 달러 수준입니다.(출처: https://www.statista.com/chart/21372/assessed-contributions-to-the-world-health-organization/)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WHO에 가장 많은 돈을 내지만, WHO는 중국의 말만 듣는다."고 불만을 표출하며, 미국 납세자의 돈이 공정하게 사용되지 않는다면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4) 미국의 WHO 탈퇴
2020년 7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WHO 탈퇴를 공식 선언했으나, 그해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2021년 1월 20일 WHO 탈퇴 철회를 행정명령으로 승인했습니다.
그러나 WHO 탈퇴는 공식 선언 후 약 1년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WHO 탈퇴가 실제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WHO 탈퇴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 임기 내에서 실질적인 미국의 WHO 탈퇴가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 미국이 WHO를 탈퇴하는 데 1년이 걸리는 이유는 국제 규범, 국내 법적 절차, 외교적 요인 때문입니다.
① WHO 가입 조건: 미국은 가입 당시 탈퇴를 할 경우 1년 전 서면 통보 및 회비 완납을 조건으로 승인받았습니다.
② 행정 절차: 미국 대통령이 WHO 탈퇴를 선언하더라도 의회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며, 기존 WHO 관련 프로젝트 및 예산의 정리를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③ 외교적 요인: 1년의 유예기간은 협상 가능성을 남기기 위한 조치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탈퇴 선언 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철회된 것이 그 예입니다.
(2) 내면적 이유
1) 내부 결속력 강화
제 개인적인 생각에 WHO 탈퇴는 반중을 대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적인 행위로 전형적인 'Divide & Rule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외부의 적을 상정하여 내부의 결속력을 공공히 하는 전략인데 2020년도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지층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고, 이번의 경우 임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언급한 공략들을 실제로 집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중국 주도의 WHO 회원국들과 미국 중심의 반 WHO 국가들 간 'Divide & Rule 전략'도 내포되어 있다고 여겨집니다.
라틴어인 'Divide et Impera'는 "분할하여 지배하라"(Divide and Rule)라는 의미로 특정 세력을 분열시켜 통치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뜻하는데, 이 전략은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인 필리포스 2세(Philippos II)가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서로 갈라놓아 마케도니아의 패권을 확립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며, 이후 로마 제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체계화했고, 현대에는 정치 및 외교 전략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사진 출처: 토탈 워 로마 2) 2) 재정 절약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공략을 살펴보면,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채권 발행이나 다른 분야의 세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현재 부채 규모가 약 36조 달러인 점 및 미 의회에서 2023년 6월 제정한 재정책임법(Fiscal Responsibility Act of 2023)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대규모 채권 발행은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이슈(이에 대해서는 "(20) 경제학으로 본 트럼프의 관세전쟁, 블러핑인가 전략적 계산인가?"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함께 이번 WHO 탈퇴를 통한 재정 절약은 2022년 기준으로 약 1.1억 달러이기 때문에 재정 확보를 위한 측면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3) 미국 우선주의 반영
WHO는 의약품의 국제가격을 낮춰 개도국에 의료 혜택과 필수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반면에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들(화이자, 존슨앤존슨, 모더나 등)은 높은 R&D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개발한 최신 의약품의 국제가격을 높게 형성하려고 하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가 상충됩니다.
즉,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입장에서 미국 제약회사들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없는 현 상황을 반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4) WHO 내 미국의 영향력 확대
미국의 기부가 중단될 경우 WHO는 재정 부족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물론 WHO의 재정 부족을 중국이 채워줄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WHO가 친중국 단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국제적 공신력과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WHO는 미국의 WHO 탈퇴를 절대 반기지 않을 것입니다.
즉, 미국도 이러한 역학관계를 잘 알고 있으며, WHO 내 미국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WHO 내 주도권 확보에 대한 매력 감소
미국이 WHO 내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다음과 같은 이점을 확보할 수 있는데,
① WHO 예산 배분 조정: WHO의 연구 및 지원 방향을 미국이 원하는데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② 국제 보건 표준 및 규제 결정권 확보: 미국이 WHO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미국 제약회사에 우호적이고 미국 FDA(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기준에 맞는 국제 보건 표준 및 규제 환경을 조성하기 쉽습니다.
③ 자국 의약품 특허 및 지적재산권 보호: WHO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 보건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의약품 특허 개방을 논의하는 것인데, 만약 미국이 WHO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미국 제약사의 특허권 및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WHO 정책을 조정하기 용이합니다.
④ 자국 의약품·백신 승인 및 유통경로 확보: 미국이 WHO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백신 및 치료제 긴급 사용 승인(
Emergency Use Listing, EUL)을 통해 미국 제약사들의 백신 및 치료제를 국제적으로 우선 사용하도록 정책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⑤ WHO를 통한 보건 외교: 미국이 WHO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필수 의약품 및 백신 보유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더 높은 수준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데 용이하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할 때 이러한 외교적 방식을 통한 미국의 영향력 강화가 너무 소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WHO를 탈퇴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굳이 WHO를 통한 보건 외교를 펼치지 않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의학 기술력(대체재가 적거나 없는 미국 의약품 및 백신)을 기반으로 미국의 국익을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2. 시사점
(1)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임기 초 행정 명령 중 하나인 미국의 WHO 탈퇴를 다루면서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세상에 절대 공짜 점심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입니다.
즉, 각국이 WHO와 같은 국제기구에 막대한 자금을 기부하는 이유는 결국 외교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국익을 반영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한테 있어서 불필요한 요식행위이자 비용만 추가적으로 소모하는 행위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WHO 내 주도권을 확보하지 않아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학 기술력 및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회사(화이자, 모더나, 존슨앤존슨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보건 분야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위치에 있으므로 굳이 외교적 비용을 들여 보건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일관성 있는 실용주의 추구 및 형식주의 탈피 그리고 맞대응 전략(Tit-for-Tat 전략) 및 협박 전략은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있어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그의 행보를 기존의 외교적 시선에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그리고 이번에도 느낀 점은 중국이 일대일로와 같은 글로벌 인프라 구축 외에도 국제기구 및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로비를 통해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보았듯이 2022년 기준 WHO 최고 기부금 국가 순위에서 중국은 약 1.1억 달러를 기부한 미국 다음으로 큰 0.6억 달러를 기부한 측면, 그리고 친중 성향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총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 등은 중국이 미국을 단순히 따라하는 'Copy Cat'을 넘어 진심으로 미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패권경쟁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월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참석 전 악수를 나누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 출처: Reuters)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공통어인 '영어'(문화적 측면),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경제적 측면) 그리고 세계 최대 군사력(군사적 측면)을 보유한 미국을 상대하기엔 하드웨어적인 측면이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중국이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고 생각합니다.
(3) 한국의 대응 방안
결국,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중립외교'라는 단어를 순간적으로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중립외교도 우리나라가 지렛대 역할을 할만한 자원이 있을 경우에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판단을 통해 두 국가의 심기를 거스를 경우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및 협상전략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손해보는 선에서 최선의 결과 도출을 위한 선택'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 투자 및 전략을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현상을 분석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싶지만 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즉,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대체되지 않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는 점을 이번에도 다시 배우며,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출처
1. Trump orders US to leave World Health Organization(2025), 출처: BBC
2. 'The Biggest Financial Contributors to the WHO'(2022), 출처: statista
3. U.S. Strategic Competition with China(2021), 출처: Rand Research
4. U.S., China positive on pandemic treaty idea: WHO's Tedros(2021), 출처: Reuters
5. The WHO and China: Dereliction of Duty(2020), 출처: CFR(Council on Foreign Relations, 미국 외교협회)
6. WHO and President Trump on the Ledge(2020), 출처: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전략국제문제연구소)
7. Inclusion of “gaming disorder” in ICD-11(2018), 출처: WHO(World Health Oranization, 세계보건기구)
8. Robert Mugabe's WHO appointment condemned as 'an insult'(2017), 출처: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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