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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경제학으로 본 한국은행 기준금리 2.75%, 실효성 있는 정책일까요?생각보따리/경제학으로 본 세상 2025. 3. 2. 13:46반응형
목차
오늘은 '(25) 경제학으로 본 한국 경제의 금리 정책 딜레마'에 이어 2025년 2월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에서 2,75%로 인하를 결정한 것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인하를 결정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기준금리 인하 발표는 지극히 단기적이고 내수 시장만 고려한 것이 아닌가라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 한국의 기준금리 추이(좌측 그래프)와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우측 그래프) 비교 -
한국의 기준금리 추이(좌측 그래프)와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우측 그래프)를 비교할 때 매우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양국 간 금리격차에 따른 자본유출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출처: Tradingeconomics.com 자료 참고)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투자 및 소비 부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다음과 같은 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입니다.
기준금리 인하(▼) → 시장 금리 인하(▼) → 기업의 투자 및 개인의 소비 증가(▲) → 경기 회복(▲)
하지만, 지금과 같이 국내 정치 및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단순히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확대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으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금리를 아무리 낮추어도 투자 확대 및 소비 증가에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즉, 지금과 같이 '국내 정치 혼란' 및 '미국발 관세전쟁' 상황에서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 순수출 부문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정책에 대해 대외 부문을 고려할 경우,
기준금리 인하(▼) → 달러 자본의 해외 유출(▼) → 환율 상승(▲) → "수입 물가 상승(▲)"
&
기준금리 인하(▼) → 달러 자본의 해외 유출(▼) → 환율 상승(▲) → "순수출 증가(▲)"
와 같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순수출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수입 물가 상승이 순수출 증가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환율 상승의 효과(달러 표시 수출품의 가격 하락)는 미국발 관세전쟁의 영향으로 상쇄될 것이며,
② 중국의 중국제조2025(中国制造2025) 및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 기조에서 우리나라 주력 산업 분야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의 수출 증대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
③ 대외적으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인 측면(지속적인 정치 혼란 및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 예상에 따른 부정적 전망)이 팽배한 점,
④ 이에 따라 순수출(수출 - 수입) 개선보다는 달러 표시 수입품목 가격의 상승으로 오히려 국내 물가 상승 우려
즉, 지금과 같이 대외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제조업 위주 수출 주도 경제성장 구조하에 금리인하를 통한 순수출 개선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3. 외환시장 부문
외환시장(선물환, 현물환 시장)을 고려할 경우, 계엄령 발생 이후 국내 정치의 지속적인 혼란 및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자본유출이 크게 증가하였고, 기재부 및 한국은행은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환율을 방어해왔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15) 경제학으로 본 "유동성 무제한 공급이 뭔가요?"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환율 방어 방식은 다음과 같이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및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적자금이 외국계 사모펀드로 아주 손쉽게 이전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기재부 및 한국은행은 다음과 같이 환율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 부정적 전망 → 외화 유출(▼) → 환율 상승(▲) → 외환보유고 투입(달러 매도) 및 외국환평형기금채권 활용(해외에서 달러 표시 채권으로 달러 조달 후 외환시장에 달러 매도)을 통해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 증가(▲) → 환율 하락(▼)
하지만, 만일 제가 외국계 사모펀드를 운영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다음과 같이 플레이할 것입니다.
① 환율상승을 예상하여 달러 콜옵션(싸게 살 수 있는 권리) 매입
② 실제 환율상승 시 콜옵션 행사를 통한 달러 매입 및 달러 풋옵션(비싸게 팔 수 있는 권리) 매입
③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및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활용 시 달러 매입(달러 공급 증가에 따른 달러 가격 하락 시 달러 매입)
④ 실제 환율이 하락할 때 풋옵션 행사 및 차익실현
즉, 이와 같은 사이클을 계속 반복해서 차익을 실현할 것이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3% → 2.75%)는 외국계 사모펀드 입장에서 아주 감사한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자본의 해외 유출 가속화 예상)
→ 콜옵션 및 풋옵션과 관련하여 자세한 내용은 (34) 경제학으로 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환율 리스크 관리를 참고하시길 추천드립니다.
→ 단순하게 생각하면, 국내 금리를 인하할 경우(2.75%),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미국(4.5%)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됨에 따라 미국 USD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서 환율이 상승하게 됩니다.
→ 이자율 평가설에 따르면, i(국내 금리) ⇄ i*(미국 금리) + △E(환율의 변동성)를 고려해 국가 간 자본의 이동이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 기준금리 인하는 국내에 있는 달러 자본의 해외 유출을 촉진시킵니다.
4.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유
위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럼 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였을까요?
개인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1) 주인 - 대리인 문제
'주인 - 대리인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① 기재부 및 한국은행의 관료들(대리인)은 자신의 임기 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길 희망합니다.
② 이에 따라 단기적인 관점에서 관료들(대리인)은 자신의 임기 내 경제 성과를 내기 위해 금리인하 정책을 시행하게 됩니다.(성과를 통한 영전 또는 정치계 입문 등을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③ 금리인하 정책의 부작용으로 외환보유고 유출 및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지급 및 원금 상환 문제 등은 국민(주인)의 세금 및 후임 관료들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현재 관료들은 책임에서 회피하게 됩니다.
④ 특히, 환율 부문은 J-Cup 효과에 의해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 및 투자 부문보다 소홀히 관리할 여지가 있습니다.
* 환율 변화 직후에는 수출 증가(완제품 수출)보다 수입 비용 증가(원자재 및 중간재 수입)가 더 커져 단기적으로 순수출(수출 - 수입) 감소가 발생하게 됨을 설명하는 효과
* J-Cup 효과가 궁금하신 경우 (20) 경제학으로 본 트럼프의 관세전쟁, 블러핑인가 전략적 계산인가?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정책은 대외 부문을 고려했다기 보다는 국내 소비 및 투자 시장을 고려한 결정임과 동시에 공적자금의 해외 유출 및 정책의 비효율성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2) 부동산 시장 측면
1) 주택담보 대출 규모 고려
다음은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정리한 표입니다.
- 가계 대출 증가 추이(2015 ~ 2024년) -
단위: 십억 원
연도 가계대출 가계대출
증가율(%)주택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
증가율(%)기타대출 기타대출
증가율(%)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2015 4,350,742.4 9.65% 2,419,223.9 12.60% 1,931,518.6 6.2% 55.60% 2016 4,848,468.6 11.44% 2,730,017.0 12.85% 2,118,451.5 9.7% 56.31% 2017 5,309,736.3 9.51% 2,996,354.8 9.76% 2,313,381.4 9.2% 56.43% 2018 5,670,032.0 6.79% 3,166,356.5 5.67% 2,503,675.5 8.2% 55.84% 2019 5,907,104.9 4.18% 3,306,103.3 4.41% 2,601,001.6 3.9% 55.97% 2020 6,289,708.6 6.48% 3,536,048.6 6.96% 2,753,660.0 5.9% 56.22% 2021 6,880,954.1 9.40% 3,839,871.3 8.59% 3,041,082.9 10.4% 55.80% 2022 7,019,968.4 2.02% 4,017,563.6 4.63% 3,002,404.9 -1.3% 57.23% 2023 7,014,898.0 -0.07% 4,162,990.9 3.62% 2,851,907.2 -5.0% 59.34% 2024 7,149,018.9 1.91% 4,405,428.3 5.82% 2,743,590.6 -3.8% 61.62% ※출처: 1.2.4.1.2. 가계신용(용도별, 분기), 출처: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
위 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가계대출 규모, 주택담보대출 규모, 그리고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한국은행은 높은 가계대출 비중을 우려하여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부동산 경기 활성화 측면
하지만 (25) 경제학으로 본 한국 경제의 금리 정책 딜레마에서 다루었듯이 2024년 9월 기준 총 PF(Project Financing) 대출 규모가 약 200조 원인 상태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PF 시장의 구조조정을 늦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2025년 2월 12일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로 인해 삼성, 대치, 청담, 잠실 등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진 상태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경기 과열을 가중시키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의도적으로(?) 연계된 정책은 아닐 것이지만,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로 인한 부동산 경기 회복을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매 정권(중앙 및 지방정권)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하나의 주요 경제 정책 카드로 고려하게 됩니다
- 금리인하에 따른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경제적 효과 -
항목 주요 내용 부동산 구매 심리 회복(▲) 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 증가 → 부동산 구매 증가 → 경기부양 건설·부동산 부문 활성화(▲) 부동산 거래 증가로 건설업·중개업·인테리어업 등 연관 산업 활성화 → 경기부양 자산 효과 (Wealth Effect)(▲) 부동산 가치 상승 → 재산 증가 인식 → 소비 증가 → 경기부양 단기 경기 부양 효과 (▲) 금리 인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책당국이 선호 거시경제 지표 개선 (▲)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GDP 성장률 및 고용 증가 효과 기대 세수 증가 (▲) 부동산 거래 증가로 취득세·양도세·재산세 등 세수 증가 부동산 거품 형성 가능성 (▼) 과도한 자금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 및 투기 과열 발생 가계부채 증가 위험(▼) 기준금리 인하 → 대출금리 하락 → 가계부채 증가 → 가계부채 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 정책당국 신뢰도 저하 우려(▼) 정책당국의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한 반복적인 금리 조정 시 정책 신뢰도 하락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이 국내 정치적 혼란의 장기화 및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해 정책당국이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부동산 경기 회복 카드를 활용하고 싶은 심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입니다.
5. 시사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5년 2월 25일 기준금리 인하(3% → 2.75%)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1.5% 하향 및 20조 원 규모의 추경(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는 인터뷰와 함께 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에 신산업 육성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저도 이창용 총재가 지적하신 것처럼 기존의 제조업 기반 수출주도 경제성장 모델의 한계에 대해 매우 공감하지만, 그 발언과 별개로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단기적인 경기 회복에만 초점을 맞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창용 총재의 발언은 모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PF 부문의 경우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매 정권마다 다음 정권으로 폭탄 돌리기 하듯이 미루어 왔는데, 이번 금리 인하는 또다시 부동산 PF 부문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국내 정치 혼란 장기화 및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한국경제의 부정적 전망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 정책은 '수출 증가보다 더욱 큰 수입물가 상승' 및 '국내 소비 및 투자 증가보다 더욱 큰 규모의 자본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통화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금리인하 처방보다는 고통이 크더라도 과감한 부동산 PF 구조조정 및 산업 분야 재편 그리고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및 R&D 지원금 확대 등 장기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정치인들이 경제 부문에 무관심한 시기가 오히려 정책 관료들이 나라를 위해 책임지고 과감하게 우리나라 경제에 필요한 구조조정 및 신산업 재편을 위한 정책 마련 및 신속한 집행을 위한 적기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금리인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 참고
1. 통화정책방향 관련 총재 기자간담회(2025.2), 출처: 한국은행, https://www.bok.or.kr/portal/bbs/B0000169/view.do?nttId=10089974&searchCnd=1&searchKwd=&depth2=201213&depth3=201295&pageUnit=12&depth=201295&pageIndex=1&menuNo=201295&oldMenuNo=201295&programType=multiCont
2. 1.2.4.1.2. 가계신용(용도별, 분기), 출처: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 https://ecos.bok.or.kr/#/SearchStat
3. 2.5.1.1. 국제수지(금융서비스수지), 출처: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 https://ecos.bok.or.kr/#/SearchStat
4.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추진… 과감한 규제완화로 시민재산권 보호, 출처: 서울시, https://opengov.seoul.go.kr/press/32820540
5. [보도자료]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 개최, 출처: 금융위원회, https://www.fsc.go.kr/no010101/83674?srchCtgry=&curPage=&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
6. Tradingeconomics.com 자료 참고,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interest-rate, https://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interest-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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